개발 업종에 종사한지 발담근지 벌써 30년이 다 되간다.
한회사에 평균 5년정도 다녔으니 이직을 아주 자주 한 편도, 아주 오래 다닌 편도 아니다.
지방에서 지방대를 나와 지방에서 직장생활을 하던 당시 PC통신으로 HITEL의 게제동(게임제작 동호회)에서 활동한 것이 운이 좋아 서울 회사에 스카웃 되어 서울 중소기업에 다니게 되었다. (지방에서도 직장을 다니고 있엇지만, 회사 규모나 작업의 스케일이 작다보니 별로 쓸 말이 없다.)
화려한 사무실에 나름 두각을 드러내던 채팅서버, 메신저, 온라인 게임 서비스등을 제공하는 회사였다.
그당시 나는 말단 개발자여서 회사 경영에 대해서는 뭐라 말할 수는 없지만, 빠른 적응과 개발 실적으로 인정받기 시작하고 있었다. 하지만, IT버블이 꺼지는 것과 동시에 대형 회사들이 비용 절감을 위하여 부가 서비스를 외주 개발에 맡기지 않고 직접 개발자를 채용하여 개발해 사용하는 분위기가 되자 회사는 어려워졌다.
회사가 어려워지니 친절하고 천진난만해 보이더니 사람들의 분위기는 정리 대상에 포함되지 않기 위한 처절한 생존의 장이 되어 버렸다.
서로에게 친절하던 사람들이 상대의 흠을 잡기 위해 혈안이 되어있었고, 나에게 친절했던 팀장과도 고성을 오가며 큰 싸움을 하고 난 후 나는 퇴사햐였다.
그런 상황에서 계속 있기에는 내 정신이 강하지도 못했고, 그러면서 까지 남아야 할 정도로 회사가 장래 있어 보이진 않았다.
퇴사 후 몇 달 지나지 않아 회사가 없어졌다는 이야기를 들었을때 예상하던 일이 벌어졌다는 생각과 개발회사 답게 생긴 회사로는 첫 회사와 같았는데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다.
당시 말단 개발자인 나로서는 그 회사가 경영이 어땟다던가 하는 이야기는 하기 어렵다. 지금으로서는 그냥 변해가는 시기를 넘지 못했던 거였다라고 생각하고 있다.
퇴사하고 어디던 들어갈 수 있겠지라는 생각은 안이했다.
IT 버블이 끝나 개발자 고용이 침체된 상황에선 원하는 분야에 개발자로 취업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다. 한번 무서운 상황을 겪고 나니, 분야 상관없이 안정적인 회사를 들어가야겠다고 생각을 했고, 다행히 사람을 필요로 했던 작지만 7층짜리 자기 빌딩을 가지고 있는 중견 PC DVR 제조사에 취업하게 되었다.
OS 개발이나 서버개발을 하던 내가 DVR은 생소한 분야였지만, 나름 잘 적응한 것 같다.
무엇보다 회사의 상황이 실력있는 개발자와 영업 분들이 사장님과 뜻이 맞지 않아 독립하여 회사를 차리셨고, 그 중 두 곳은 많이 커져 상장까지 한 곳도 생겼다.
그러다 보니 연구소는 팀장하나, 하드웨어 개발자하나, 펌웨어 개발자하나, 개발 보조 여성분 한분만 계셨다.
주력 개발자들이 거의다 나가고 선택받지 못한 자들만 남은듯한 느낌이라 분위기가 안쓰러울 정도였다.
심각한 문제는 실질적으로 개발 할 수 있는 개발자가 없었다.
그나마 개발이 가능했던 펌웨어 개발자 분은 내가 입사한지 얼마 안되 다른 회사로 이직하셨고, 회사 내 주 업무는 독립한 회사들로 부터 원 소스의 저작권을 주장하며 개발 지원을 받는 것이었다.
호랑이가 없는 곳에서는 이리가 왕이 된다고 했던가? 이 표현이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런 상황 덕에 몇달동안 PC DVR과 영상에 대하여 공부하여 8개월 정도 지난 후, 나는 팀장에게 PC DVR을 자체 개발 할 것을 허락 받아 4개월 동안 삽질 끝에 초기 버전을 완성했었다.
다행히도 제품은 잔 버그는 많이 있었지만 잘 동작 하였고, 연구원 들에게 성과급을 적지 않게 주실 정도로 사장님은 기뻐하셨다.
이 후 자신감을 얻은 (?) 팀장이 몇가지 사건을 일으킨 후 연구원들이 모두 퇴사하여 나와 하드웨어 2명만 남게 되었다.
또 한번의 위기였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